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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023 Ghana Rugby League (세번째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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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14. @ Ajax park, University of Ghana, Legon

 

오늘은 이번 리그의 세번째 경기. Bears라는 팀과 맞대결이었다. Bears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는 팀이며, 그러다보니 전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은 팀이다. 이전 두경기에서 실점을 100점도 넘게 했다. - 한경기에 30점 이상 실점한 팀이 이팀 말고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아니 '크게' 이겨야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 팀에 큰 문제가 있었다. 이 주가 Accra Rugby Club과 이웃나라인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럭비클럽의 친선경기가 있는 주간이었는데, 우리 팀 주전 멤버 8명이 이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8명 모두 우리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었는데, 주장, 제일 크고 힘센 선수, 플레이메이커, 풀백 등등 모두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경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 팀에서 가장 잘하는 8명을 빼고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코치도 없이 경기를 뛰어야 했다. 우리팀은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가 비교적 큰 팀이다.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가 많고, 아직 시합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많다. 실제로 이번 시합에 데뷔하는 선수들이 서너명 정도는 되었고, 그 외에도 처음 보는 선수들도 많았다. 후보는 두명밖에 없었다. 엔트리가 19명까지 가능 하기 때문에, 네명이나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럭비리그가 수시로 교체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꽤나 큰 차이이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담되는 시합이었다.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꼭 이겨야 하는 시합. 

 

나는 처음에 Second-row로 뛰었다. 전에 교체로 5분정도 뛰었던 포지션이지만, 유니언에서 많이 경험했던 포지션이어서 낮설지는 않았다. 나는 사실 백스 포지션 중에 한자리를 뛸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 결국엔 나중에 조정된 포지션으로 뛰어야 하긴 했다. 초반에 우리팀은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위치를 잘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처음 시합을 뛰면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다. 무슨 상황인지 팔로업 하기도 어렵고, 규칙도 익숙하지 않고, 경기의 흐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 내내 고전했다. 첫 트라이도 먼저 내줘야 했다. 포워드들이 다 흩어져서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상대 공격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경기에 비해서 공격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지만, 전에 비해 태클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보다는 선수들 위치 잡아주는데 많은 시간을 썼어야 했다. 자꾸 이상한 데 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반이 끝나기 직전에 동점 트라이를 찍었고 그렇게 전반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후반에는 훨씬 나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이 자기의 위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조금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후반에 플라잉하프로 포지션이 변경되었다. 우리 팀 스크럼하프가 전반 중반에 다쳐서 포지션을 연쇄적으로 변경해야 했다. 플라잉하프는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백스로 공이 잘 돌 정도로 경기가 잘 진행되는 게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경기 중 상대팀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고 보이콧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후반에 실제 경기했던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트라이를 세개나 찍고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경기 시간이 짧았던 것이 아쉬웠던 시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잘 마무리 되었고 근소한 차이로 경기를 매조지 하였다. 트라이 하나만 더 찍혔으면 질 수도 있었던 게임이었다. 

 

경기 후반을 개인적으로 보면, 수비 포지션닝은 나쁘지 않았는데 공격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약간 깊게 위치했었던 것같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약간 서둘렀던 것 같다. 좀더 여유를 갖고 플레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급하게 플레이를 해서 좀 더 전진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쳤다. 오늘은 부상이 좀 있었다. 경기장이 잔디 반 흙 반이었는데, 흙에서 넘어지니 피부가 많이 손상되었다. 무릎에 깊은 상처가 생겼고 양 다리에도 크고작은 상처가 있었다. 상의에 긴팔을 잎고 시합했는데도 상처가 남았다. 경기중에 상대팀 누군가가 얼굴을 밟았는데, 그래서 얼굴에도 상처가 좀 남았다. 마지막으로 컨택을 하고 넘어졌는데 돌 위로 넘어졌는지, 등근육에 통증이 남아있다. 경기 끝나고 하루이틀정도는 숨쉴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아마 근육이 자극되어서 그런 것 같다. 바로 다음주에 시합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까지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다. 

 

비록 힘든 경기였지만, 우리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꽤나 잘 되었고, 그 덕분에 뒤로 갈 수 록 팀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를 뛰면서 빠르게 학습해 나갔고, 그게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결국 기대했던 대로 큰 점수차로 이기진 못했지만, 팀의 성장과 승리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던 좋은 경기였다. 경기 중간에 소요가 있었던 점이 좀 아쉽긴 하다.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경기를 발판으로 다음주에는 좀 더 좋은 경기를 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