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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한달동안 HIIT 해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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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New Year Resolution 중 하나로 (아내가) 꾸준하게 운동하기를 삼았다. 조건은 나도 함께 하기.. 나는 그거 아니어도 운동 많이 하지만, 내가 맨날 운동좀 하라고 잔소리했었기 때문에, 아내의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어서 당분간 함께 운동을 가기로 약속했다.

 

운동장소는 Cross Train이라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시설이었는데, 나도 예전에 한번 구경간 적이 있었고, 아내도 최근에 trial session 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와이프가 퇴근한 시간에 적절하게 운동할 곳이 이곳 말고는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이곳으로 다니기로 결정했다. 그냥 집에서 운동 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보통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의 힘을 약간 빌려보기로 하였다. - 우리는 돈에 민감하기도 하다. 

 

이곳 Cross Train 에서는 나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우리가 킥복싱 수업도 있었고, 웨이트 트레이닝 수업도 있었고, 스피닝 수업도 있었고, 우리가 하려는 HIIT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이라는 운동도 있었다. HIIT는 말그대로 번역하자면 고강도반복운동 정도가 되겠는데, 한국에서는 한 10년 정도 전에 태동(?)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대학원에 있던 몇몇 친구들이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HIIT라는 개념은 훨씬 전에 나왔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제한된 시간 동안 몸을 굴리고, 칼로리를 태우는데 이 운동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옵션이었다. 

 

이곳에서 한 세션당 가격은 80세디정도 였던 것 같은데, 한달치를 끊으면 세션당 48세디까지 떨어져서, 한달치를 미리 끊어놓고 하였다. 그래봤자, 우리가 늦게 (1월 12일) 시작해서 1월달은 주 2회, 총 6회만 했다. 50세디 정도면 사실 요즘 가나에서 운동하는데 많이 드는 편은 아니다. 환율은 1세디당 100원~120원 사이를 왔다갔다 해서 5~6천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편이지만, 한국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곳 가나에서 다른 스포츠를 할때 드는 비용과 비교를 해 보자면, 내가 가끔 가는 테니스 코트는 50세디, 스쿼시도 50세디, 골프는 드라이빙 레인지 한시간반 정도에 55세디, 2시간~2시반 반 걸리는 퍼블릭 골프장 18홀 라운딩에 캐디피 포함 130세디 정도, 골프레슨은 100~150세디, 테니스레슨도 100~150세디 정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50세디는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운동 지도하는 선생님까지 포함한 가격이기 때문에, 칼로리태우는 단가 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꽤나 효율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물론 재미는 별로 없고, 운동을 하다보면 너무 힘들고 약간 폭력적이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운동 프로그램은 고강도와 저강도 운동이 두개씩 있는 세트를 3회 반복하고 각 세트 사이에는 30초 휴식, 이러한 루틴을 다른 운동 구성으로  4~5번 반복하는 형태였다. 보통 월요일에는 복근 + 하체 위주로 운동했고, 목요일에는 상체 + 하체 위주로 운동을 했다. 고강도 운동은 가슴, 이두, 삼두, 어깨, 광배, 다양한 복근운동, 허벅지, 엉덩이 위주의 대근육 운동이었고, 저강도 운동은 근육보다는 심폐지구력에 초점을 맞춘 운동이 주 였다.  

 

우리가 쓰는 체육관은 크게 크로스핏룸(?), 복싱장, 웨이트리프팅, 스피닝 룸으로 나눠져있는데, 사실 웨이트리프팅과 스피닝은 방이라기보다는 복도 같은 곳에 기구를 몇가지 놓고 하는 정도였다. 기구는 바벨, 덤벨, 스쿼트랙, 벤치 정도여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본에 충실한 곳인듯. 아무튼 우리는 제일 안쪽의 크로스핏룸에서 운동을 하는데, 아래 사진과 같은 링과 매트, 그리고 불가리안 백, 때로는 공을 활용해서 운동을 한다. 목요일에 하는 상하체운동은 보통 저 링을 활용하는 것 같고 복근은 그냥 기구 없이 맨몸운동으로 진행하는 듯 하다. 바닥도 고무재질 매트였기 때문에 운동하기에는 꽤나 좋은 환경인것 같았다. - 가나 기준. 

 

우리가 했던 운동세션은 아래와 같다. 총 1월에 총 다섯번의 세션이 있었는데 첫날에는 사진을 못찍었다. 월요일은 복근 + 유산소 위주, 목요일은 상체 + 하체 + 유산소 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체중을 활용한 운동이었는데, 유산소의 경우 불가리안백이나 메디신볼을 활용해서 하는 동작이 좀 있었다. 

 

비록 다섯번 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 3주간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HIIT라고 했는데, 내가 아는 HIIT 보다는 약간 낮은 강도에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놓은 느낌이었다. 준비/정리 운동을 제외하고 실제 프로그램은 40분 정도 하는 것 같았는데, 고강도와 저강도 운동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지만, 그 사이에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시간도 있었다. 그래서 약간 운동초보자를 위해 적절한 운동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시간이 30초였지만 충분히 힘들었고, 특히 처음 두번 정도는 정말 힘이 많이 들었다. 

 

2. 맨몸운동 위주였기 때문인지, 나의 몸을 인지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코치가 앞에서 하는 동작을 보며 따라해야 하는데, 나같은 경우는 꽤 많은 경우 허리를 지나치게 많이 펴는 동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팔굽혀 펴기 때 엉덩이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상체 근력이 부족해서 몸을 지탱하지 못해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다른 운동하던 습관으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팔굽혀 펴기 뿐만 아니라 다른 동작에서도 기본적으로 내가 허리를 과하게 펴는 (S라인을 만드는 느낌?)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 알 수 있었다. 

 

3.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운동이어서 좀 더 그런 것 같긴 한데, 뭔가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참가하는 사람의 구성을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고 가나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많은 편인데, 딱히 아직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경우는 몇번 없었지만, 아는 얼굴이 오면 반갑고, 안오면 아쉬운 그런 느낌이 있다. 

 

4. 사실 이곳에 와서 운동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살도 좀 빼고 몸도 좀 움직이자는 차원이었는데, 희안하게 운동을 하고 나니 뭔가 성취감같은게 느껴졌다. 평소같았으면 절대 안할 것 같은 강도와 시간동안 운동을 해 냈다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운동 한 세션을 마치는 것 만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스포츠와는 또 다른 이점이었던 것 같다. 골프같은 경우 내가 원하는 스윙이 나오거나 스코어가 잘 나와야 성취를 느끼는 것 같고, 테니스도 마찬가지. 축구나 럭비같은 운동도 경기에서 이기거나, 아니면 나의 운동수행이 좋았을 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운동을 끝마쳤다는 것 자체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운동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5. 살은 딱히 빠지거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나같은 경우 다른 운동도 꽤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운동때문에 살이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내는 체중이 거의 정확하게 유지되고 있다. 사실 아무리 HIIT라고 해도 겨우 일주일에 두번하는 거고, 식단을 따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걸로 살이 빠진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변동이 전혀 없는것이 약간 놀라웠다. 하지만 심폐지구력이나, 근력은 확실히 좋아졌을 것 같긴 하다,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았겠지만. 구글링을 해보니 많은 HIIT관련 연구가 주3~4회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데, 그정도는 해야 체중 및 신체 변화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힘은 많이 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오는 2월에도 계속해서 운동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운동효과가 계속해서 없으면 좀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운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