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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아프리카-가나에서 럭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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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럭비를 한다고 하면, 헬멧과 갑옷같은거 끼고 하는 과격한 운동 말하는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 되묻는다기보다는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거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아뇨. 그건 미식축구고 럭비는 좀 달라요. 그런 장비들은 따로 입지 않는다. 그럼 맨몸으로 하는거냐? 선수중에 충격을 흡수하는 스폰지, 패드 재질의 헤드기어나 숄더가드 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뭐가 또 다르냐? 미식축구는 앞으로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럭비는 그러지 못한다. 공을 앞으로 패스하지 못하면 어떻게 앞으로 가냐? 사람이 들고 뛰는건 된다. 킥도 공을 앞으로 운반하는 수단이긴 한데, 공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위험지역에서 많이 하는 편이다. 위험하지 않냐? 생각보다는 덜 위험하다. 위험한 동작을 엄격하게 규정해서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다. 예를들어 어깨 위로 태클하면 최소 옐로카드, 바로 퇴장 당하기도 하고, 상대선수를 들어올려서 바닥에 내리 꽂는 형태도 금지되어 있다. 태클도 상대를 가격하는 개념보다는 잡는 개념에 가까워서 보기보다 덜 다치는것 같다. 그럼 잘 안다치냐? 찰과상같은건 많이 있지만 뼈가 부러진다던지, 무릎이 돌아간다던지, 어깨가 빠진다던지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없는 것 같다. 나는 한번도 그렇게 다친적 없다. 등등

 

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럭비라는 운동을 처음 접했다. 당시 우리학교 우리과의 입시에는 실기평가가 있었는데 기초실기와 전공실기를 보아야 했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입시에서 남들을 압도할 만한 실력이 되질 못했던 나는 다니던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럭비는 매우 거칠고 힘든 운동이다. 달려야 할 뿐만 아니라 몸을 부딛쳐야 하기 때문이다. 체격조건이 그렇게 좋은 편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대학교1학년때 너무 고생했고, 그 후에도 이 운동을 잘하는 축에 들지는 못했다. 그저 열심히 했다. 15년도 더 전에 타의로 시작했던 운동을 지구 반대편에까지 와서, 이 나이 먹고 다시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운 정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힘든 운동이었고, 힘든 운동부 생활이었지만 한동안 정붙였던 운동이었고, 그랬기에 이곳에서도 찾아볼 용기가 났던 것 같다. (사실 5년정도 전에 미국에 있던 대학에서 럭비부를 찾아간 적은 한번 있다. 학교 대표 운동부의 공식 훈련에 찾아간 거였는데, 그땐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었기 때문에, 한번 운동을 같이 해 본 것으로 족했다.)

 

아무튼 이곳 가나에 와서 럭비클럽을 발견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었다. 10년 이상 운동을 안했지만, 뭔가 언젠가는 다시 하고싶다는 생각을 그동안 해왔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가나에 일하러 오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이곳 가나에 오기전부터 rugby in ghana 따위의 키워드를 검색하다보니 가나에 있는 럭비 클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 새로운 팀에서 운동을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이곳 가나에서 수요일/토요일 마다 하는 럭비 운동 모임이 있었는데, Accra Rugby Club 이라는 동호회에서 하는 운동이었다. 수요일 저녁에는 터치럭비 - 태클/콘택 대신 두손으로 상대방을 터치하여 수비하는 형태의 변형게임 - 위주로 운동을 하고 토요일 오전에는 실제 태클까지 포함한 훈련에 가까운 세션을 진행한다. 수요일 운동에는 미성년자와 여성까지 참여하여 함께 운동을 하는데, 물론 스피드와 운동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 그 차이는 성인남성 사이에도 존재하는 정도 - 말그대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그런 시간이다. 나는 이곳에 처음 온 2021년 가을부터 이곳에 나와서 운동을 했는데, 한국에 왔다갔다 하느라 엄청 자주 나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잊을만 하면 나가고는 했는데, 이곳에서 나름 유일한 동아시안이어서 그런지, 많으면 40명 이상 참여하는 큰 규모의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한 나라는 존재는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스포츠에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하지만, 럭비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뭔가 동지애 같은 것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나는 럭비가 인기가 없는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규모가 작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미국에서 운동 딱 한번 나갔을때, 이곳 가나에 와서 운동을 했을 때 뭔가 새로운 사람이 와서 환영해주는 것 그 이상의 환대를 받았던 것 같다 - 생각해보니 세나라 다 럭비가 인기가 없는 것 같긴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럭비라는 운동이 서로 접촉도 굉장히 많고, No side 정신 (경기가 끝나면 편이 없고 모두가 하나 - 그래서 대학때 시합이 끝나면 상대팀과 함께 목욕탕도 함께가고 그랬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대방팀과 심판에 대한 존중을 유별나게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특별함 덕분인지 비록 매번 운동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한번씩 부담없이 가서 운동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어주었다. 

 

지금까지는 띄엄띄엄 운동에 나갔지만, 한국에 돌아가기까지 남은 8개월 정도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운동을 좀더 꾸준히/열심히 해 보기로 마음먹고, 다시한번 운동에 나가기 시작했다. 몇달만에 운동장에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줬고 반겨주었다. 더 감사했던 것은 그중 한명이, 자기 팀에서 같이 운동하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 그 팀은 이곳 가나에서 Rugby League에 출전하는 팀이었다. 사실 예전에도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시즌동안 참여하는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 당시에는 사양했었다. 이번에는 내가 시간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2주전부터 이 팀의 훈련에 나가기 시작했고,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다. 아주 간략하게 가나 럭비에 대해 소개하자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 가나에서도 럭비가 그리 인기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저변도 별로 없고, 그나마 영국의 지배를 받아서, 그리고 유럽권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그곳에서 온 럭비인들과 가나 현지 럭비 인들이 함께 가나 럭비를 이끌어 나가는 정도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학원 스포츠 개념은 없고, 내가 나가는 모임의 정기 운동에 여성, 청소년들이 함께 운동을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선수들이 체격조건은 정말 좋은데, 아직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럭비는 럭비 유니온 (15인제)과 럭비 리그 (13인제), 그리고 7인제 럭비가 있는데, 7인제와 15인제는 사람 수의 차이와 그에 따른 시간, 교체 등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경기개념은 동일하지만 13인제의 경우 약간 다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에 다루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럭비리그는 안하는 것 같고, 이곳에서는 럭비 유니온 (한국에서 럭비 한다고 하면 전부 유니온이다) 팀도 별로 없다. 대표팀 경기도 7인제와 럭비리그만 있는 것 같다. 내가 참가하는 대회는 3월부터 하는 리그경기로 팀은 작년 기준 7팀이었고 올해도 비슷한 것 같다. 팀별로 한경기씩 해서 순위를 가리는 듯 하다. 

 

기왕 시작한 것 남은 몇달동안 열심히 운동도 하고,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한다. 가능하면 종종 이곳 블로그에 아프리카 - 가나에서 럭비하는 이야기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