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때로는 실없는 농담따먹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끝이없는 논쟁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난제에 빠지기도 한다. 연말연시를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왜 사는지에 대해 묻는 일이 많아졌다. 대화를 하다 보면 답이 나올 때도, 나만의 답을 찾게 되기도, 또다른 문제로 이어지기도,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기도 하는데, 얼마전 아내와 나눈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어렴풋이 갖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내용을 이곳에 기록한다.
인간은 왜 사는가? 왜 태어났는가? 왜 존재하는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한발 뒤로 물러서 보면, '그냥' 인 것 같다. 부모가 낳았으니까 태어난거고, 태어났으니까 존재하는 거고, 죽지않았으니까 살아있는 것이다. '그냥' 존재하는데 여기서 왜 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왜 사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는데 그것에 의미부여하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또하나의 난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질 것 같다. 마치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처럼.
(추가) -
어떻게 보면 인간이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은 꽤나 오만한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곧 우주라는 관점도 있지만, 어찌보면 그냥 하나의 미물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 돌멩이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지나가는 파리는 왜이리 웽웽거리는가? 밤마다 나를 뜯어대는 저 모기는 나를 물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돌멩이는 그냥 있는거고, 파리는 그냥 그렇게 생겨서 웽웽거리는 거고, 모기는 그냥 살다보니, 내가 있으니까 무는 것이다. 그냥 물게끔 신체구조가 설계되어 있는 거다. 왜그렇게 진화했는지는 뭐 진화론자들이 알겠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그들은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괜히 그 이유를 따져 물을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아니한다. 그렇다면 나는? 인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고, 진화 했고, 발전(?) 한 것이다. 답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물어볼 이유도 없고 (답이 없다고 물어보지 않는것은 또 인간답지 않긴 하다..), 미궁에 빠질 이유도 없다. 물론 인간의 뇌는 고도화되었고, 우리는 생각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해봄직 하지만 그것이 그런 질문을 해야 하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통스럽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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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별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일단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전제해 놓고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나는 감히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지만, 그 단어 자체가 갖는 보편성적인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행복을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 이라고 나온다. 영어로 'happy'를 검색하니 "feeling or showing pleasure or contentment" 라고 나온다. wikipedia와 같은 곳에서 행복은 온갖 긍정적인 단어들은 다 가져다 붙인 것으로 묘사된다. 죽어서 천당에 가기 위해 갖은 고난과 고통을 찾아다니는 분들은 그 자체로 행복할 것이기에, 단지 긍정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에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냥 긍정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략 치환해도 크게 틀릴 것 같지는 않다. 기왕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다 가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쾌락을 추구하다가 발생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나,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면서 본인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등의 반사회적 행위는 당연히 걸러야 겠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인류의 보편적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아닌 나 개인의 행복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위에 언급한 천당가고 싶은 분들은, 인생이 고통스럽게 보일지라도 행복할 수 있다. 운동을 해서 행복한 사람은 운동을 하면 된다. 음악을 듣는 것이 행복한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 된다. 쇼핑이 행복한 사람은 쇼핑을 하면 된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 이렇게 개인마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다 하나쯤은 있을텐데, 문제는 본인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혹은 잘못 아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해 탐구할 시간이 부족했을수도 있다. 사회와 주변 환경에 의해 조작되었을 수도 있고, 주변인에 의해 잘못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그 답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했을 때) 이어서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수 있는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찾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로크와 같은 학자, 그리고 미국 헌법의 초안을 만든 사람들은 "행복권" 대신 "행복추구권"을 강조한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뭘 하면 행복한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 행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하고, 맛난 것을 먹고, 멋진 것을 보면 행복한 것 같다. 누군가는 남을 도울 때 행복할 것이고, 명예욕을 채울 떄 행복하며, 누군가의 존경심을 얻을 때 행복할 것이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하고, 유명해지면 행복해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지라도..) 중요한 것은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 진정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다. 깊은 사유과정을 거쳐서 이를 찾아낼 수도있겠지만, 제일 확실한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 아닐까? (특히 요즘세상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직접 해보려면 돈은 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큰 행복을 위해서 일단 어느정도의 돈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물론 돈과 상관없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필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가 됐건 돈을 벌어야 된다는 것은 확실하니, 한동안은 일도 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도 아내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지는지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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