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리그 - Rugby League 간단한 규칙, 포지션 설명
럭비리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럭비 시합을 하는 리그라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럭비 유니온과 대립하는 단어로 다른 형태의 럭비 경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한국에서 흔히 럭비라고 하는 15인제 경기는 Rugby Union, 그리고 Rugby leauge 는 13인제 경기이다. 비슷한 이름처럼 두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한다. 사용하는 공이 같으며, 앞으로 패스할 수 없다는 점(럭비풋볼을 대표하는 특징..), 오직 킥으로만 공을 앞으로 보낼 수 있다는점, 스크럼, 몰, 럭, 트라이 컨버젼킥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둘은 다른 종류의 스포츠 경기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의 수 외에도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둘의 차이, 그에 앞서 럭비리그만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겠다. 한국에서는 럭비리그를 하는 팀이나 조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럭비가 럭비유니온을 대표하는 단어가 된 것 같다.
공통적인 규칙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두 스포츠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데, 역시나 럭비리그는 럭비 유니온에서 태동했다고 한다. 축구를 하던 소년이 공을 들고 뛰기 시작하면서 럭비가 유래된, 기능적 변화에 의한 새로운 스포츠의 창조가 아닌,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럭비리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뭔고 하니 upper class가 많이 참여하는 남부 잉글랜드지역과 달리 북부 잉글랜드에서는 working-class가 경기에 주로 참가했다고 한다. 럭비유니온은 남부 잉글랜드지역의 귀족들이 리더십을 갖고 있었는데 (럭비 자체가 귀족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시작됨..), 그들은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했기 때문에, 돈을 받는 프로스포츠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부 잉글랜드의 워킹클래스들은 본업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야 했기 때문에, 시합 참여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broken time) 자연스럽게 급여를 받고 시합에 참여하는 프로스포츠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비슷한 개념에서 선수 이적료 집급과 같은 협회의 규약에 반하는 행위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갈등이 새로운 스포츠의 창조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여전히 북부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럭비리그가 훨씬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Leeds 출신 친구의 말로는 본인도 럭비리그를 하면서 자랐고, 동네에 럭비리그 팬이 훨씬 많다고 한다.
역사를 파고들자면 해야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정도로 마무리 짓고, 그래서 럭비 유니온과 럭비리그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중요한 부분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럭비리그 경기를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은지에 대해 몇가지 포인트를 짚는 게 좋을 것 같다.
럭비리그에 몇가지 기본적인 규칙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0. 경기는 전후반 각 40분씩 진행되며, 경기장 규격은 축구경기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장의 양 끝에 인골지역이 있으며, 인골라인 중앙에 H모양의 골대가 있다.
1. 럭비는 상대편 인골지역까지 공을 운반하여 인골지역 바닥에 공을 찍거나 (try), 킥을 통해 골대 사이로 공을 집어 넣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트라이는 4점, 트라이 이후 보너스로 받는 컨버전 킥은 2점, 패널티 킥도 2점, 경기 중 드랍골 (공을 바닥에 한번 튀긴 후 킥을 차서 골대 사이로 집어넣는골) 은 1점이다.
2. 공은 옆/뒤로만 패스할 수 있다. 상대편 인골라인 방향으로 공을 던지면 forward pass가 되어 turn-over가 된다.
3.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마찬가지로 turn-over. 여기서도 forward pass 와 마찬가지로 상대편 인골라인 방향으로 공을 떨어뜨리면 안된다. knock-on. 옆이나 뒤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 두 규칙에 따라 상대 팀으로 공격권이 넘어가고 스크럼으로 경기가 재개된다.
4. 공을 발로 차는 행위를 통해 공을 앞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공에 대한 소유권possession을 포기하는 행위로, 물론 킥을 찬 후에 내가 다시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대가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격권을 넘기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킥은 보통 특정한 상황에서,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시도한다.
5. 공을 가진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클을 한다. 공을 가지지 않은 상대는 방해할 수 없다.
- 위 내용은 전반적으로 럭비유니온과 공유하는 특징이다 (득점 카운트 제외). 반면 아래는 좀더 럭비리그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6. 럭비 리그는 공의 소유권을 갖은 팀에 총 6번의 공격 기회를 준다. 공을 운반하다가 상대방에게 저지 (태클) 당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모멘텀을 잃고 양 무릎과 손이 바닥에 닿으면 (즉, 넘어지면) 한번의 기회를 쓰는 것이다. 즉 태클을 6번 당하기 전에 상대방의 인골지역에 공을 트라이 해야 득점을 성공하는 것이다.
7. 공을 가진 선수가 태클을 당한 직후 공격자는 해당 위치에서 일어서서 공을 앞쪽 땅에 내려놓고 발을 이용해서 공을 긁어서 (heeling) 뒤에 있는 선수에게 (dummy half) 전달함으로서 두번째 공격을 진행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play-the-ball'이라고 한다. 이때 상대팀은 play-the-ball 위치로부터 뒤로 최소 10m 물러서서 수비를 해야 한다. 10m 라인 앞에서 수비를 하면 반칙으로 상대에게 다시 공격권이 주어진다. 다만, 이때 최대 두명의 선수까지 play-the-ball 위치에 머물 수 있는데, 이때 그들은 (markers) 상대의 (공격팀) 태클당한 선수 앞에 일렬로 서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양팀의 각각 (최대) 두 선수가 play-the-ball 위치에서 일렬로 서서 마주보는 것이다. 이때 marker는 태클당한 선수가 공을 발로 긁는 동안 방해하면 안된다.
8. 이러한 일련의 공격이 6번간 진행되고 나면, 6번째 태클과 동시에 공격권이 상대팀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6번째 공격에서는 상대진영으로 킥을 찬 후에 상대를 압박하고, 운이 좋으면 그 공을 다시 받아 공격을 이어가게 된다.
9. 경기의 공격권이 바뀌는 것이 6회 공격기회를 소진 하는 것 외에 크게 두가지가 더 있는데, 반칙과 실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반칙은 주로 off-side, 하이태클, 공가지지 않은 선수 방해, play-the-ball 방해 등이 있고, 실책은 녹온, 포워드패스, 사이드라인 아웃 등이 있다. 반칙으로 인한 공격권은 penalty로 시작하고 실책으로 인한 공격권은 스크럼 등으로 경기를 재개한다. 그외에 다양한 반칙 상황에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
개인적인 생각에 이정도만 익히면 경기 흐름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전술 전략 등과 관련한 더 깊고 다양한 재미는 럭비리그에 대해 알 수록 배가될 것이다.
럭비리그에서 선수는 한팀당 13명이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며 후보선수들이 벤치에서 대기한다. 농구와 같이 후보선수들은 수시로 교체할 수 있으며, 교체된 선수도 다시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13명의 선수는 크게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포워드-백스이다. 포워드는 스크럼에 투입되는 선수들이고 백스는 상대적으로 뒤에서 플레이한다. 럭비는 포지션에 따라 공격과 수비가 나뉘지는 않고, 모두 공격에 참여하고 모두 수비에 참여하지만, 포지션에 따라 특정 역할이나 신체적 특징이 요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스는 뒤쪽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로부터 간격이 넓고 따라서 그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도록 빠른 선수들이 필요하다. 백스 포지션의 선수들은 특히 상대방의 킥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킥과 캐치 능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포워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작은 공간을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것 보다 상대 수비를 부수며 전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Backs
1번: 풀백
2번: 라이트윙
3번: 라이트센터
4번: 레프트센터
5번: 레프트윙
6번: 플라잉하프 (five-eighth)
7번: 하프백
Forwards
8번: 프롭 (Prop)
9번: 후커 (hooker) / 더미하프 (dummy half)
10번: 프롭 (Prop)
11번: 세컨드로 (second-row)
12번: 세컨드로 (second-row)
13번: 록 (Lock)
럭비리그에서 특정 역할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있는데, 이를 정해진 선수들이 수행하는 것은 아니나 보통, 어느정도는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 Markers: play-the-ball 상황에서 상대팀의 태클 당한 선수와 더미하프를 각각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최대 두명까지 위치 할 수 있다.
- Dummy half: play-the-ball 상황에서 뒤로 빼는 볼을 잡고 플레이하는 선수 보통 후커가 많이 한다고 한다.
- first receiver: play-the-ball 상황에서 dummy half 에게서 공을 받는 역할. 주로 half-back이 수행
- second receiver: play-the-ball 상황에서 half-back 에게서 공을 받는 역할. 주로 flying half가 수행
어떻게 보면 럭비리그는 공격팀에게 특정 수의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활용해서 전진한다는 면에서 럭비와 미식축구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 한다고 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규칙의 차이로 럭비 유니온과는 다른 경기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다. 스크럼, 라인아웃이 없거가 간소화 되었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턴오버나 반칙만 없다면 공격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공격권이 확보가 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전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럭비 유니온에서는 전진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 우리 팀으로 부터 고립 될 경우 공격권을 뺏길 소지가 많은데 럭비리그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경기 규칙이 비교적 단순해서 접근성이 좀 더 좋은 것 같다.
초보 럭비리그 선수로서 이 스포츠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럭비리그를 검색해볼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는건 잘 알지만, 관심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